지난 편에서 우리는 고대 신라가 소백산맥을 넘어 북진하기 위해 반드시 장악해야 했던 유일무이한 축선, 문경 토끼비리와 이를 통제하던 고모산성의 지정학적 가치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외통수 벼랑길과 요새는 적의 남진을 막고 아군의 기동을 보장하는 완벽한 '밸브(Valve)' 역할을 수행하며 고대 한반도의 내부선 전략을 이끌었습니다.하지만 이 천혜의 인프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지휘부의 전략적 오판이 더해지면 순식간에 국가를 파멸로 몰고 가는 독약이 되기도 합니다. 서기 1592년, 임진왜란이라는 전대미문의 외침 앞에서 조선의 운명을 쥐고 있던 조령(문경새재)과 토끼비리 축선은 시스템의 붕괴가 가져오는 병참학적 재앙을 온몸으로 증명하게 됩니다.1. 조령과 토끼비리: 한양의 숨통을 쥔 거대한 빗장1592년 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