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서 로마 가도(Via)가 제국의 척수이자 안보 동맥이었다면, 고대 한반도에는 삼국의 운명을 가르고 영남과 기호 지역을 잇던 치명적인 '선(Line)'이 있었습니다. 바로 백두대간의 험준한 외통수 길목, 문경의 토끼비리와 이를 통제하기 위해 축조된 고모산성입니다. 흔히 대중은 삼국시대를 전장의 영웅들이 펼치는 영토 확장 전쟁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군사학적 관점, 특히 인프라와 병참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삼국시대는 '한반도의 핵심 축선(Axis)과 길목을 누가 장악하느냐'를 두고 벌인 처절한 선의 전쟁이었습니다. 1. 벼랑 끝의 병참로: 토끼비리가 가진 천혜의 지정학'비리'란 강가나 바닷가의 벼랑을 따라 난 좁고 위험한 길을 뜻하는 영남 지방의 방언입니다. 문경 영강의 깎아지른 듯한 석회암 절벽을 칼..